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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Ch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방법

Whaleen 2024. 12. 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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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 에릭와이너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지은이: 에릭 와이너 
옮긴 이: 김하현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한 명의 철학자를 테마로 삼아, 철학과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순간이나 고민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낸다. 작가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현재 길을 잃은 것 같아 이 책을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목차 (누르면 이동 PC only)

1.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2. 아우렐리우스와 나의 공통점에 관한 고찰


1.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침대에서 나가야만 하는가?"

이 챕터에서 나를 사로잡은 질문이자,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쉽게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5분만..."을 다섯 번 정도 반복하며 그 자리에 누워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학교에 다닐 때는 강제로 일찍 일어났지만, 졸업한 지금은 학교 벌점도, 출석부 지각도 없다. 물론 나중에 큰 책임이 후불로 따라올지도 모르지만, 아침 침대 위에선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와 씨름하다가 비로소 몸을 일으키면, 적지 않은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의외로, 이런 소소한 일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조차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어했던 모양이다. 시대와 거리를 초월해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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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어떻게 보면 그의 일기에 가까운 책이다. 작가의 언급에 따르면, 많은 문장이 "침대에서 나오기 힘들면..."이라는 문구로 시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벼운 일기정도 라기 보다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이기도 한 황제가 스스로의 삶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삶의 지혜를 이끌어내는 과정에 가깝다. 인지행동치료(CBT)의 선구자들인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와 아론 벡(Aaron T Beck)은 『명상록』의 스토아주의에서 현대 심리 치료 접근법에 대한 철학적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출처: https://www.globalleadersinstitute.org

 
사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16대 황제로, 그의 통치 시기의 로마는 상당히 어려웠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전쟁과 당시 아테네 인구의 약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전염병으로 인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로마 제국을 책임져야 하는 그 부담감은 엄청났을 텐데,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악재들이 발생했으니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을 만도 하다.
 
 


2. 아우렐리우스와 나의 공통점에 관한 고찰

나는 이 사람처럼 제국을 다스리거나 책임지고 있진 않지만, 그의 고민과 처한 상황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규모의 차이일 뿐, 우리의 인생도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고난과 시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 자신과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물론 아우렐리우스는 5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역병과 대규모 전쟁을 상대한 반면, 나는 예기치 않은 컨디션 난조나 업무 추가 정도에 불과하다. 아우렐리우스가 고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 중 하나인 로마를 이끌고 있었다면, 나는 내 몸 하나 관리하기도 힘들다. 어쨌든 상황 자체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비율이 수천만:1 정도일 뿐이다.

한 가지 더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생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 먹을 것이 없거나 집이 없어 굶어 죽을 상태가 아니니, 저런 고민을 할 여유가 있는 것이다. 만약 그런 상태라면, 침대에서 나가기 싫다는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당장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였기에 전쟁에서 패해 나라가 멸망하지 않는 한 당장은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풍족하지는 않지만, 돈을 벌지 않아도 가족들과 함께 살기에 큰 지장은 없다.

 

결국 목숨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으니,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아우렐리우스는 어떻게 자신을 설득했을까. 『명상록』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아직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우렐리우스는 황제로서 해야 할 일이 명확했겠지만, 나는 아직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그러니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일어나야 할까?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의 장점:
- 몸이 편안하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다.
- 바깥세상의 어려움에서 잠시 단절될 수 있다. (덜 고통스럽다.)
- 하루 종일 핸드폰과 넷플릭스를 통해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다.

실제로 그래서 일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러면 후회를 하게 된다. 기분이 나빠지고,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진다. 하지만 이 정도의 단점은 내가 지금 당장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일어나면 좋은 정도일 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도록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 지금 나의 동기부여 방법은 스스로와의 아침 루틴 약속 정도에 불과하다. 또 어떤 것이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아우렐리우스의 지혜를 빌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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