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에서 읽은 한 기사 제목이다. 흥미롭게도 원문에는 물음표조차 없었다.
서양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기사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관점과는 상당히 달랐기에 자세히 읽어보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ADHD 진단과 사회적 접근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기사의 주된 의견은 다음과 같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ADHD를 진단할 때, 'ADHD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두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첫째, 필요 이상의 인구를 병에 걸린 사람처럼 취급함으로써 의료 시스템을 과부하 시킨다는 점이다.
오늘날 ADHD 진단 사례는 모든 연령대에서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큰 증가를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 ADHD 평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최대 10년에 이르고, 특수 교육 시스템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둘째, ADHD를 반드시 고쳐야 할 기능 장애로 취급할 경우, 이는 인간의 잠재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정상" 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은 개인을 소진시킬 뿐만 아니라,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에 대해 학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추세라고 한다. ADHD 환자의 뇌를 특정하기 어렵고, ADHD 진단 기준이 되는 특성들(주의력 문제, 충동성, 일상 생활을 조직하는 데 어려움 등)은 너무나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심각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대부분의 ADHD 환자들은 환경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조성될 경우 증상이 완화될 만큼 경미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ADHD를 치료하는 것보다 교실과 직장을 신경다양성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DHD가 장애나 병이 아니라는 주장은 과학적 사실과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더 합리적이기 때문에 제기되는 주장이다.
사실, ADHD가 실제로 장애인지 아닌지를 떠나, 위와 같은 접근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신체적 특성이 다르고, 따라서 각자가 더 효율적으로 일하거나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다고 본다. 사람들의 다름(여기서는 Neurodiversity, 신경다양성이라고 한다)을 인정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게 업무나 교육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일과 학습의 효율이 더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사회적으로 더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학계에서는 여전히 ADHD 진단을 보다 정확히 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정신질환이나 장애의 경우 진단 기준이 모호한 것들이 많다. 의사들은 이러한 기준을 진단과 치료 목적에 맞게 좀 더 수정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여기까지 논의하겠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발달장애나 정신질환의 경우 겉으로 보이는 증상과 실제 병리학적인 부분을 구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로 특정 신경 회로나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같은 증상을 보이더라도 서로 다른 원인과 환경 요인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뇌는 여전히 블랙박스와 같아서,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그래서 더욱 연구의 가치가 크다고 느낀다.
다음에는 Neurodiversity (신경다양성)에 대해 좀 더 읽어보고 이에 대해서 글을 써봐야겠다.
'Stu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Bayesian Decision Model (베이지안 의사결정 모델) 쉽게 알아보기 - Part 2. 베이지안 의사결정 모델의 구성 (3) | 2024.12.22 |
---|---|
Bayesian Decision Model (베이지안 의사결정 모델) 쉽게 알아보기 - Part 1. 베이지안 의사결정 이론이란? (45) | 2024.12.17 |
쥐의 뇌 커넥텀 (Mouse Brain Connectome)과 신경과학 연구의 미래 (8) | 2024.10.04 |
“그룹화(groupitizing)” 전략을 이용한 숫자 세기 (3) | 2024.10.03 |
계산 사회과학: 집단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 (Marr의 3단계 분석 방법) (10) | 202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