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유학 준비’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이민 준비’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다. ‘한국 탈출’? 그것도 아니다. 한국을 떠나는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니까.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하나 싶기도 하다. 결국 내가 나가고 싶은 이유는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기에.
내가 살면서 신기하다고 느낀 것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내가 기대한 수치가 100명 중 5명이라면, 내 체감은 100명 중 2명 정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을 제외하고, 해외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해외에 남기를 원하는 한국 출신 유학생은 나랑 다른 한 명 정도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왜 해외에서 살고 싶냐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한국이 싫냐고 물으면 절대 아니다. 나는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살기 좋은 곳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의 문화 콘텐츠 또한 한국의 것이 내 취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에 있을 때 더 좋았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기는 좀 어려운데, 좀 덜 답답하고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그나마 맞을 것 같다. 나랑 좀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근데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꼽는 해외 생활의 단점이 나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음식: 나는 한식을 별로 안 좋아한다. 지금도 한 달에 먹는 날이 손에 꼽는다.
- 일처리가 느리다: 내가 더 느리다. 다 같이 느려서 좋다.
- 깊은 인간관계가 어렵다: 공사 구분이 확실해서 좋다.
- 정이 없다: 남한테 불필요할 정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 언어의 장벽: 영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인간관계랑 음식(+라이프 스타일)인 것 같다...
무튼 확실한 건, 내가 해외에서 살 때는 한국을 단 한 번도 그리워한 적이 없지만 (가족은 보고 싶긴 했다. 근데 그들을 데려오고 싶지, 내가 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평생 느껴본 적 없는 향수(homesick)를 느꼈다는 것이다. 나도 어이가 없는데, 아무튼 그러하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공항이나 비행기에 관한 사진이나 영상을 잘 못 보고, 내가 머물던 도시의 사진도 못 본다. 보면 너무 익숙해서 그리워서. 그곳의 냄새와 공기가 생각난다. 그러면 다시 그리워지는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어디로 가고 싶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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